
Catching the moments
개인전
LG U+ GALLERY C
LG유플러스 갤러리C는 1월 30일부터 4월 28일까지 이현우 작가의




그림이 그림으로 보일 때
최나욱 — 미술비평가
건축계에서 사용되는 용어 가운데 ‘폴리(folly)’라는 개념이 있다. 항상 기능이 우선인 건축 분야이지만, 때로는 기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형태만 있는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폴리라고 부른다. 이현우의 그림에서는 그러한 ‘폴리’가 등장한다. 도시 내 풍경을 그린 것 같지만, 내러티브가 소거된 화면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능이나 의미를 상상할 수가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가 건축가가 아니라 회화 작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구조물을 만들어 그것을 굳이 화면으로 옮기려 하지 않고, 대신 직접 일상에서 발견하는 오브제를 재현하는 식으로 폴리를 만들어낸다. 캔버스라는 공간에 맞추어 구도와 구성을 변형하고, 때로는 색감과 형태 또한 편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접 현실 속에서 가져온 오브제는 희미한 지표성만을 가진 채로 화면에 등장한다. 어떤 실재를 가리키고는 있으나 회화화되는 과정을 통해 인덱스적 성질에는 개의치 않는 것이다. 사물의 용도를 추적해 보면 이현우가 포착한 조형물이란 그다지 이색적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분명 우리가 일상을 오며 가며 봐왔을 대상이며, 더군다나 그들은 기능이 확실하게 존재하기까지 한다. 일상적으로 도외시하는 조형물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이현우의 미학이 새로워 보이는 이유다. 그의 캔버스를 점유하는 사물을 보라. 말 그대로 아무런 기능 없이 재맥락화된 사물은 희미한 지표성으로 현실을 반추하는 동시에, 회화 이미지로서 세상에 즐비한 예쁜 이미지를 경계한다. 정밀한 수직 수평 구도와 평면적인 표현 방식, 그리고 현실 사물을 재현하는 작품의 내용까지 하나같이 디지털 이미지 요소에 어울릴 수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회화 매체를 고집함으로써 이미지에 대항하는 회화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게 ‘이미지 되어가는’ 마당에 일부러 ‘이미지 같은 회화’를 그리는 모습이 자못 역설적이다. 이현우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가장 느린 방법을 선택했다. 내러티브 바깥에 있는 소재를 캔버스로 가져왔고, 방법론적으로 매체에 해당하는 이론을 빗겨나감으로써 기능 없이 사람들에게 전시한다. 이미지에 충돌하는 회화 매체, 모든 기능에 대항하는 소재성이 이현우의 그림을 설명한다. 폴리가 아무 기능 없이 공간을 점유하듯, 캔버스와 전시장을 점유하는 그의 작업은 기능 없이 사람들의 상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사물이 있다고, 이런 이미지가 있다고, 이런 미학이 있다고. 아름다움조차 기능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이현우의 그림은 우리의 선입견을 정차시킨다. 그저 그림을 그림으로 오래 바라보도록 말이다.
“낯설어진 현실 속에서 대상의 모습을 멀리서 조망하던 태도는 조금 더 가까이, 그것의 피부를 보듯 다가가고자 했다.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길바닥, 옆을 지나며 스치는 벽면 등은 내 신체가 닿고 있는, 얼굴을 마주하는 면 들이다. 벽과 보도블록의 규칙적인 패턴과 그 위로 그려지는 그림자는 반복적인 리듬을 만드는 동시에 자유분방한 드로잉을 그린다. 네모난 화면으로 들어온 장면은 잘려 나간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고 이는 이전 창과 문, 현수막과 같이 가려진 저 너머의 궁금증으로 능동적 바라보기의 문제를 삼았던 태도의 연장선이다. 일상의 순간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차분히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그림과 관람자를 마주 보게 하며 본다는 것과 보여지는 것, 일상과 특별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 작가노트 中